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
언제나 그렇듯 디토 페스티벌의 마지막은 앙상블 디토의 무대다. 한껏 들떴던 축제의 끄트머리에 진지한 모습으로 돌아가 그 시즌 궁극의 실내악 무대를 보여주고 떠난다.
올 시즌의 피날레는 슈베르트가 말년에 작곡한 <현악 오중주 C장조, D. 956>를 중심으로 꾸며진다. 음악감독 리처드 용재 오닐은 이 작품에 대해 “슈베르트만이 아니라 모든 작곡가의 실내악 중에서, 아니 실내악을 넘어 모든 음악 중에서 가장 위대한 음악”이라고 찬사를 보냈다.
“이 작품의 느린 2악장은 마치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처럼 아름답지요. 다른 차원에서 왔다는 것 말고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는 대단한 음악입니다.”
더불어 그는 “두 대의 바이올린과 한 대의 비올라, 두 대의 첼로를 위해 쓰인 매우 희귀한 편성의 작품이며, 내가 비올라로 연주했던 첫 실내악곡이기도 하다”라고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ㄴ슈베르트 현악 오중주 리허설 중, 2015.6.22
앞서 연주할 슈베르트의 <피아노 트리오 E플랫 장조>에 대해서는 “앙상블 디토의 첫 시즌 공연 때 연주했던 곡”이라며 “믿을 수 없을 만큼 단순하면서도 듣는 이를 놀라운 여행으로 안내하는 곡”이라고 설명했다.
ㄴ슈베르트 현악 삼중주 2번을 테마로 한 시즌 9 영상
이번 무대에서는 오랜만에 컴백한 원년 멤버 자니 리를 비롯해 초창기부터 함께 해온 앙상블 디토의 핵심 멤버들과 새로운 얼굴들이 두루 함께한다. 리처드 용재 오닐은 특히 오랜 음악적 동료들에 대해 깊은 신뢰와 친밀감을 드러냈다.
“소중한 친구 자니 리와 저는 같은 지역(LA)에 거주하고 있지만, 그는 LA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활동으로 매우 바쁘고 저는 LA를 떠나 있는 날이 많아 만나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그가 이번에 돌아온다는 사실이 아주 기쁩니다. 자니 리와 저는 이제 앙상블 디토에서 최고참 멤버가 됐습니다. 2008년 두 번째 시즌부터 함께 해온 스테판 재키브, 2009년 세 번째 시즌부터 함께 해 온 마이클 니콜라스와도 오랜 세월을 함께 했지요. 임동혁과는 두 번째 시즌부터 함께 했지만 그전부터 알고 지냈고요. 이들 모두와 십년지기 친구가 되어갑니다. 그 세월은 제 인생에서 가장 많은 열매를 맺은, 꽉 찬 시간이었습니다.”
그는 변함없이 디토의 곁을 지킨 팬들에 대해 고마움과 자부심도 표현했다.
ㄴ매년 뜨거운 열기를 자랑하는 앙상블 디토의 사인회
“디토가 만들어낸 성과 중 가장 큰 것은 우리의 연주를 사랑하는 청중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우리가 연주를 사랑하는 만큼 그들도 우리 연주를 사랑해준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바로 거기에 가치를 두고 있죠. 초창기의 앙상블 디토는 마케팅을 포함해 모든 걸 총동원한 혁신적이며 충격적인 시도를 했습니다. 어떻게든 한 번이라도 음악회에 온 사람은 거장의 음악으로부터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테니까요.”
그 역시 디토 페스티벌을 통해 예상치 못한 놀라운 경험을 했다. 미리 음반을 찾아 듣고, 사전 정보를 숙지하고 와서 음악회를 백 퍼센트 즐기는 청중의 모습은 그를 고무시켰다.
“디토를 둘러싼 커뮤니티가 성장하면서 클래식 음악회를 전혀 접해보지 못했던 많은 이들이 우리 음악회에 오게 됐습니다. 아홉 번째 시즌까지 오는 동안 그들은 굉장히 교양 있고 세련된 청중이 되었죠. 제가 앙상블 디토 활동을 시작하면서 세웠던 많은 초기의 목표들이 달성되었고,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성과를 거두었다는 사실이 짜릿합니다.”
20대 후반의 나이에 앙상블 디토의 리더가 된 그는, 디토 페스티벌의 음악감독이 되어 30대 후반에 이르렀다. 그사이 일어난 내면의 변화는 그의 음악 세계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그는 “어렸을 때는 자신에게만 집중해 이기적인 선택을 하고 자신의 미래를 위한 계획을 세우지만, 나이가 들수록 나 자신보다는 더 많은 이들, 이 사회를 위한 보다 지속적이고 의미 있는 것들을 이뤄나가고 싶어진다”며 “그게 현재 추구하는바”라고 밝혔다.
물론 변치 않는 것도 있다. 여전한 열정과 도전 정신이다. 그는 “음악가로서나 디렉터로서 더 발전하고 싶다. 자신에게 자극이 되는 일들을 해나가고 싶다”면서 “보다 혁신적이고, 다른 형태의 예술과 융합적인 프로젝트를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빠르게 바뀌는 세상 속에서 경험해야 할 것들, 신기술들이 너무나 많다. 그런 것들과 관계를 맺고 싶다”고 말했다.
글 | 김소민 (음악 컬럼니스트)
앙상블 디토 시즌 9 리사이틀 <슈베르티올로지> / 6/24 부산, 6/26 대전, 6/30 서울, 7/2 울산